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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한국전력공사(한전) 간 계약과 관련, “노예 계약” 비판에 대해 원전업계·정치권 일각에선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 등으로 옹호에 나섰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합작회사를 만들면 유럽·북미 등 더 큰 시장에 ‘우회 진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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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 우려는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애초 이 문제는 사용료를 지급하는 기술 ‘사용’을, 그럴 필요가 없는 양 ‘한국형’, ‘기술자립’ 같은 말로 숨겨온 원전업계의 장밋빛 전망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는 첫 원전 수출인 아랍에미리트 때부터 문제가 돼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2010~2020년 웨스팅하우이트레이드1호스팩 주식
스의 지식재산권을 인정하는 ‘사업협력협정’(BCA)을 맺은 바 있다. 협정 만료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독자 수출이 가능할지 판단이 어렵다”고 분석했는데, 이를 미뤄둔 채 체코 수주전에 뛰어든 결과 다시 한번 비슷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한수원은 50년간 원전 1기당 1조1400억원의 기술사용료와 물품·용역구매료를 웨스팅주식싸이트
하우스에 지급해야 하는데, 체코 전체 사업비(1기당 12조원)의 9.5%가량에 해당한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때(전체 사업비 186억달러 가운데 11%가량)와 비슷한데, 아랍에미리트 사업은 현재 적자가 난 상황이다. 체코의 경우, ‘현지화율 60%’와 주 40시간의 노동시간 규정, 유럽연합의 엄격한 규제 등으로 수익률은 더 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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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원전업계에선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하면 더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알려진 계약 내용에 따르면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체코를 포함해 중동·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에서만 원전 수출이 가능한데, 세계원자력협회는 이 지역에서 계획된 원전을 38기(전체 시장동영상황금성
의 9.2%)로 집계한다. 반면 웨스팅하우스가 맡은 유럽·북미 등은 시장 규모가 2.7배 더 크다. 애초 원전 시장 규모 자체가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NISR)를 보면, 지난 20년(2004~2023년)간 전세계에서 새로 지어진 원전은 102기였지만, 폐쇄된 원전은 104기였다. 게다가 신규 원전 중 49기가 중국 원전이라 이를 제외하면 지난 20년간 51기가 순감했다.
이 때문에 불공정 계약 논란이 불거진 뒤 원전업계·정치권 일각에선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한미 정상회담 즈음인 오는 23일 웨스팅하우스와 협력 논의를 위해 방미 예정이란 사실이 이런 기대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다만 한수원 쪽은 “합작회사를 추진해온 건 맞지만 이번 방미와 무관하고, 합작회사 안은 이사회에 보고될 만큼 구체화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종료 합의문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원전업계가 불공정 논란을 또다시 장밋빛 전망으로 덮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300기를 짓겠다’고 했지만, 1979년 이후 신규 원전을 거의 짓지 않은 미국이 실제 그렇게 많은 원전을 지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국 원전산업 역량이 예전만 못해 한국의 ‘시공 역량’을 필요로 한다지만, 최근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힘을 위한 특허: 지적재산권과 원자력에너지 기술의 지정학’)을 보면 미국은 전세계 원자력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의 16%가량을 차지하는 등 “지적재산권을 통해 제도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설사 합작회사를 설립하더라도, 그 조건이 우리나라에게 유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기업이 웨스팅하우스의 협력사가 돼 각종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도 문제다. 한수원·한전은 이미 아랍에미리트에서 ‘턴키 계약’으로 인한 공기지연·공사비 증가 부담을 떠안은 바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연료 공급 등 보수적 경영만 해 온 회사다. 합작회사를 만들면 한수원은 현장을 책임지는 시행사 역할을 할 텐데, 우리나라 공기업이 왜 그런 불확실한 위험 부담을 져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